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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id 0 (혹은 레이드 0) 에 혹한 당신께

SITBAG 2022. 7. 11. 17:59

컴퓨터 조립을 이제 막 맛보기 시작했다면, 게임을 하거나 영상을 처리하거나 모든 일에 조금 더 성능이 좋은 구성에 분명 욕심이 나기 시작했을 겁니다. 그리고 슬슬 함부로 열면 안된다는 판도라의 상자가 보이기 시작하죠. CPU, 메모리, 그래픽카드 등 손쉽게 성능을 올릴 수 있는 부품으로는 금전적인 감당이 어렵다는 걸 알게 된 겁니다. 부품을 변경하는 것이 어렵다면, 설정을 바꾸는 것으로는 가능하지 않을까? 그러다 Raid 란게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디스크는 한 번에 하나씩 쓴다고 알았는데, 알고보니 이걸 묶을 수가 있는거죠.

 

이론상, 이 같은 변경은 상당히 유혹적입니다. 여기 디스크 하나가 있습니다. 한 번에 10개의 데이터를 쓸 수 있는 녀석입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다른 부품들이 데이터를 빨리 보내줍니다. 그래서, 한 번에 10개의 데이터를 쓰기도 전에 디스크 입구에서 데이터가 밀리기 시작합니다. 디스크는 자신이 쓰는 것보다 훨씬 더 빨리 쓸 수 있지만, 가격이 비싼 탓에 용량이 적은 캐시를 입구에 두기로 합니다. 하지만, 이 캐시도 밀려드는 데이터를 감당하지 못하죠.

 

문득 생각해보니, 같은 디스크 2개를 묶어서 캐시를 2배로 늘린다면, 더 많은 데이터를 더 빨리 처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집니다. 어차피 한 번에 쓰는 양이 같으니 받아오는 사람이 2배로 늘어나면 어디든 빨리 저장할 수 있겠죠. 그렇게 디스크양의 많이 늘어나면 충분히 빨리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Raid 0 입니다. Raid 0 는 모든 디스크를 묶어 하나의 거대한 단일 디스크로 보이게 만들어 줍니다. 단일 디스크지만, 입력을 받을 수 있는 문이 많다보니 데이터가 많아져도 밀릴 일이 없습니다. 유일한 문제는 묶어놓은 디스크 중 하나만 고장나도 전체를 쓸 수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이마저도 데이터의 유실이 큰 의미가 없는 곳에선 문제점으로 작용하지 않기 때문에, 성능 향상에 모두 박수를 칠 수 있었습니다. 아래 WD (Western Digital) 의 6TB 디스크의 테스트 결과를 보시죠.

 

 

SSD/M.2같은 메모리 기반 디스크가 아닌 전통적인 하드 디스크의 경우 결과에 나오듯 2배에 가까운 성능향상이 이뤄집니다. 재미있는 부분은 디스크 수가 늘어난다고 해서 다시 2배 가까운 성능 향상이 보이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문제는 지금 조립 시장에서 전통적인 디스크는 주로 저장 용도로 쓰이고 있다는 겁니다. 성능을 필요로 하는 디스크는 기본적으로 SSD거나 M.2 디스크를 사용합니다. SSD 는 기존 디스크와 입출력 속도는 동일하지만, 쓰기 속도가 차원이 다르게 빠르죠. M.2는 거기에 덧붙여 입출력 속도 자체도 증가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하지만, 여전히 궁금증이 남습니다. 아무리 옛날 얘기라도, 이론대로라면, Raid 0는 혁명적인 성능향상을 보여줄 거 같으니까요. 아래 벤치마크 자료는 삼성 840 PRO (SSD)를 이용해 Raid 0를 테스트 해 본 결과입니다. 부팅 후 30초가 지난 시점에 각 프로그램들을 실행시켜본 결과입니다. 값이 높을 수록 좋은 성능을 보인 겁니다.

 

 

안타깝게도 256x2 Raid 0가 단일 512GB에 비해 오히려 떨어지는 결과를 보여줍니다. 사실 Raid 0가 힘을 발휘한 이유는 디스크 자체 성능이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이론이 빛을 발한 이유는 현실이 엉망진창이었기 때문인데, 이제 현실이 그렇지 않습니다. 단일 디스크도 쓰기 속도나 입출력 속도에서 더 이상 밀리지 않습니다. 과거의 디스크가 성능의 발목이었다면,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실제로 M.2 Raid 0 성능에 대한 구글링 역시 부정적인 의견이 대다숩니다. 256GB 2개를 Raid 0로 구성하면 512GB 단일 디스크에 대비해 더 나은 성능을 보여줘야 할 거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256GB가 2개로 묶이면 접근 정보를 다시 구성해야 합니다. 하지만 512GB는 접근 정보를 재구성 할 필요가 없습니다. 예전에는 이 부분이 성능에 영향을 주지 않았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디스크 자체 성능이 그다지 좋지 않은 시절이었으니까요. 지금은 저 간단한 차이로도 512GB 단일 디스크가 256GB 2개를 하나로 묶어 쓰는 것보다 더 좋은 성능을 보여줍니다. 물론 단일 파일을 순차적으로 읽고 쓰는 경우에는 여전히 이론을 증명할 수 있을 만큼의 힘을 발휘합니다. 이 경우에는 디스크 개수가 늘어나면 더 좋은 성능을 보여줍니다. 그렇지만 잘 생각하셔야 합니다. 윈도우나 다른 운영체제가 동작하는 드라이브를 이렇게 단일 파일을 주고 받는 용도로 쓸 일이 있을까요? 윈도우가 실행 중인 상태에서 게임을 하고 있다면, 단일 파일 전송이 아니라 무차별 무순위 파일 접근과 전송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만큼, 성능 향상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성능을 위한 Raid 0 시절은 덧 없이 끝나가는 것 같아 보입니다. 데이터의 안정성도 보장해주지 못하면서 이제 성능 개선의 여지도 거의 없죠. 디스크를 추가로 구매하기는 애매하고, 보유중인 디스크가 2개 이상이면서 용량이 적어서 고민인 분들께 의미가 있는 정도라고 보여집니다.  성능 향상의 꿈은 언제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이뤄질지 아무도 모릅니다. Raid 0도 한 때는 스타였지만 이제 저물고 있는 것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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